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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04 테인솊 02 지키지 못한 약속

ME3 배경. 시타델 침공 전 어드메쯤.

*

- 모든 일이 끝나면, 사막에 가보고 싶습니다.

사막. 그와 어울리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르고 까끌까끌한 모래의 감촉과, 오아시스를 품은 건조한 바람을 닮은...테인.

- 그래요, 모든 일이 끝나면...함께 가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

*

결사임무가 끝나고도 그들에게 여유를 즐길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짧은 휴식이나마 최선을 다해 함께 보내려 노력했다. 상륙 휴가가 주어지면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유행하는 영화를 보러 가고, 야경을 감상하며 강변을 걷는 평범한 연인 같은 데이트를 즐겼다. 그 시간 속에서 수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녀의 과거, 그의 과거, 두 사람의 현재. 하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둘 중 누구도 미래의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없었다.

- 함께 사막에 가요.

다만 그 하나의 약속만은 언제 올지 모를 그들의 미래를 상징하듯, 언제라는 말도 없이 두 사람 사이에 입버릇처럼 화제에 올랐다.
사막의 밤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궁금하다든가, 오아시스 근처에 있다는 시장에서 군것질을 하고싶다든가 하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면서도, 그들은 사막에 가려는 계획을 결코 구체화하지 않았다.

*

셀수없이 많은 선에 연결된 그의 모습이 마치 거대한 기계에 잡아먹힌 것만 같았다.
모니터를 통해 규칙적인 심박소리를 알리는 신호음이 들려왔다.

다시...눈뜰 수 있을까?

셰퍼드는 링겔바늘이 꽂힌 창백한 녹색 손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다시 이 손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걸 느낄수 있을까? 그녀가 좋아하는 낮은 목소리가 시하, 하고 부르는 걸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재판에 소환되어 지구로 돌아가기 전, 테인과 단둘이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나는 노르망디에서 내려야할 것 같습니다.

- 함께 가요. 지구에서도 지낼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 아니오. 내가 이곳에 머물러야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할수 있는 일은 리퍼의 침략을 대비하는 것 뿐인데, 일개 암살자에 불과한 나는 당신 곁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점차 무뎌져 가는 이 몸은...오히려 방해만 되겠지요.

- ...어디로 갈건가요?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

시타델의 병원에 머무르고 있다는 편지를 받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반년만에 보는 그는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병이 깊어져서, 병원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중요한 싸움을 앞둔 그녀 곁에 함께할 수 없어 미안하다고 했다.
숨쉬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씁쓸하게 웃는 그를 두고 돌아서야 했다.

갑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졌다는 소식에도 그녀는 바로 병원으로 향할수 없었다. 수행하던 임무를 마치고 시타델에 도착하기 전 다행히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고 추가적으로 소식을 전달받았다.

"테인."

그녀는 다시 떠나야했다. 그가 깨어나길 기다릴만한 여유도 없는 상황이었다.

"다시 돌아올게요. 조금만 더 버텨줘요. 모든 일이 끝나고, 내가 돌아오면..."

모든 일이 끝나면. 셰퍼드는 입술 끝을 깨물었다. 이 모든 일이 과연 끝나기는 하는 걸까? 이토록 거대한 적 앞에서, 그들이 정말 이겨낼 수 있을까?

"사막으로, 가요."

함께, 단 둘이.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는 곳으로.

*

ㅇ님께 키워드 받아서 쓰던건데 끝난듯 안끝난듯 하다...영원히 내 아픈 손가락 테인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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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깜장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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