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는 밤

etc. 2023. 11. 21. 00:38

발더스 게이트 - 다크 어지 x 카를라크 로맨스

티플링 다크 어지 배경, 캐릭터 고유 이름 있음

다크 어지 3막 스토리 스포일러 포함

 

*

 

  야영지는 고요했다. 동료들 모두 개인 천막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었다. 사람들의 분위기에 영향 받았는지 덩달아 스크래치도 동그랗게 몸을 만 아울베어에 파묻혀 잠들어 있었다. 이해할 만했다. 오린을 죽이고 마침내 네더스톤 3개를 모았다는 흥분도 잠시,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엘더 브레인을 마주하는 것 뿐. 느슨해졌을 속박을 생각하면 머뭇거리거나 추스를 틈도 없었다. 결전을 준비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밤, 그게 오늘이었다.

 

  활줄을 갈고, 류트 조율을 마치고, 화살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큰 전투를 앞두고 늘 하던 일상적인 행동에도 묘하게 긴장이 스며 있었다. 부족한 물약을 채워넣고 마지막으로 가방끈을 단단하게 동여맨 뒤, 라샤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것 말고,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은 따로 있는데. 라샤는 자신이 중요한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저녁을 혼자 먹겠다는 핑계로 개인천막으로 빠져 나가면서도 등 뒤가 따갑게 느껴진 건 착각이었을까. 카를라크와 이야기 해야하는데. 미루거나 외면할 시간조차 사치라는 걸 아는데도, 라샤는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다.

 

  "신병, 안에 있어?"

 

  아, 언제나 한 발 앞서 나가는 그의 연인이란. 망설이며 낭비하기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 그런 걸까. 라샤는 천막 입구를 살짝 들추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연인의 주홍빛 눈을 마주했다. 들어오라는 손짓에 카를라크는 고개를 저었다.

 

  "같이 좀 걷자. 오늘 별이 잘 보이네."

 

  그들이 정한 야영지는 도시 북쪽의 숲 속에 있었다. 너른 공터에 듬성듬성 자리잡은 동료들의 천막은 거의 문이 닫혀 있었지만 불빛이 여전히 새어 나왔다. 다들 쉽게 잠들 수 없을 터였다. 라샤와 카를라크는 사람들의 발길로 빚어진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 나란히 걸었다. 어슴프레한 별빛만으로는 어둠을 밝히기 부족했지만 티플링 두 사람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따금 정적을 깨는 풀벌레 소리 외엔 적막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있잖아,"

  "저기,"

 

  야영지의 불빛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걷는 동안 침묵을 지키던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가 우뚝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주고 받았다. 카를라크가 먼저 살풋 웃으며 라샤에게 우선권을 양보했다. 서두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몇 번 입을 달싹이던 라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날 밤, 네가 내 곁을 지키던 밤에 있잖아."

  뚜렷하게 지칭하지 않음에도 카를라크는 즉시 라샤가 말하는 '그날 밤'이 언제인지 알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일인데도 어쩐지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그날의 일. 터져나오는 어두운 충동을 이겨내려 사투하던 라샤를 묶어두고 지켜보던 밤.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욕과 비명을 한 귀로 흘리며 끝없이 사랑한다 속삭이고, 몸부림치는 그를 품에 안고 다독이던 밤. 카를라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던 그 밤의 일은, 두 사람 사이에서 금기처럼 피해지는 주제였다. 카를라크가 이 자리에서 듣게 될 거라 생각한 주제는 아니기도 했고.

  "나는... 그때 이미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 혹시라도 나를 갉아먹는 어둠이 내 통제를 벗어나는 날이 온다면, 그래서 더 이상 네가 안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 차라리 내가 죽는 편이 나을 거라고."

 

  카를라크의 발걸음이 잠깐 멈칫, 했다가 다시 이어졌다. 그의 시선은 걷고 있는 자신의 발끝에 머물러 있었다. 라샤 역시 카를라크를 감히 바라보지 못했다. 잠시 반응을 기다리던 라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네게 물었었지. 죽는 것보다 싫은 일이라는 게 정말 있는 거냐고.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죽음을 택할 만큼."

  이 또한 그들이 외면하던 묵은 주제 중 하나였다. 가슴을 가득 채우는 사랑만큼 불안과 두려움이 차오를 때면 라샤는 카를라크에게 아베르누스로 돌아가면 안 되냐고 물었고, 아무리도 달콤한 사랑의 말과 기약 없는 미래의 약속을 주고 받는 와중에도 카를라크는 한결같이 단호하게 거절로 일축했다. 일시적인 거라고, 아베르누스에 가서 심장을 고칠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게 아니냐고 몇 번이고 되물어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묻는 라샤의 절박함을 아는지라 카를라크는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지만, 그 단단함에 지쳐 화내는 건 도리어 라샤 쪽이었다. 감정이 격해져 너는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는 거냐며,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냐고 비수 같은 말을 쏟아낸 일도 있었다. 감언이설도, 폭언도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달을 쯤에야, 라샤는 더 이상 그 일을 화제에 올리지 않게 됐다. 어차피 그들은 당장 내일에라도 죽을 수 있는 위험한 삶을 사는 모험가들이었다. 미래에 대한 달콤한 약속은 시한폭탄 같은 심장이 없는 이들에게도 사치인 세상인 것을. 그런 라샤가 지금 그 일을 다시 입에 올리는 이유는 카를라크도 익히 알고 있었다. 바로 오늘, 카를라크는 라샤가 죽는 모습을 보았으니까.

 

  온몸을 짓누르는 살인의 군주의 존재감과 영혼을 파고드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를 들으며 카를라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슬레이어와 싸우느라 만신창이가 된 그의 연인이 자신의 창조주를 마주하고, 신의 명령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절대자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그대로 피웅덩이 위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 어떻게 그의 심장이 그 순간에 재가 되지 않았는지는 카를라크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위더스가 나타나 언제나처럼 알 수 없는 독백을 하며 라샤에게 다가갈 때까지도 카를라크는 눈앞의 상황을 머릿 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바알의 아이가 죽었다. 살인의 군주의 선택 받은 자가 되길 거부하며, 내면의 어두운 충동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그가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기 위해. 이 얼마나 고귀하고 숭고한 정신인가. 그야말로 영웅의 귀감 같은, 그야말로...

 

  현실과 유리된 이성의 목소리가 늘어놓는 말 같지도 않은 찬양은 현실도피를 위한 일말의 발악이었다. 그의 실제 내면은 그저 끝없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으니까. 그럴 리가 없어. 왜 네가. 어떻게 여기서.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그리고 라샤가 다시 눈을 떴다.

 

  위더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귀에 들리지 않았다. 카를라크의 눈에 들어오는 건 숨을 몰아쉬며 일어나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카를라크를 바라보는 라샤와, 그를 발견하자 빛을 되찾는 파란 눈동자 뿐이었다. 그저 그뿐인데, 카를라크는 그제야 자신의 심장이 다시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기계로 된 심장이니 정말 잠시 멈췄었는지도, 그대로 두었다면 과열로 그 자리에서 불타버렸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네가 해냈어. 자유를 찾은 거야. 네가 미친 듯이 자랑스러워."

 

  웃으면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품에 그대로 끌어안고 정말 그가 괜찮은지, 온전히 살아난 게 맞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라샤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모두가 전투의 여운을 음미하며 야영지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 할 때까지, 카를라크는 라샤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도무지 평소 같은 마음으로 라샤를 대할 자신이 없었기에. 라샤 역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기 바빠 그런 카를라크를 굳이 찾지 않았고.

  그들이 걷던 숲길은 작은 호숫가를 마주하고 커다란 그루터기가 놓인 공터로 이어졌다. 근처 사는 연인들의 밀회장소로 쓰일 법한 곳이었다. 카를라크는 사람들이 앉은 흔적으로 반들반들해진 그루터기를 향해 손짓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자 작은 그루터기가 빠듯하게 채워졌다.

 

  "...미안해."

 

  발끝만 바라보며 한참 말을 잇지 못하던 라샤가 침묵 끝에 내뱉은 말은 사과였다. 카를라크는 그제야 연인의 얼굴을 돌아봤다. 후회와 죄책감으로 물든 두 눈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처럼 보였다. 카를라크는 허둥거리며 벌떡 일어나 라샤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 사랑, 왜 사과하는 거야?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잖아."

  "아니, 아니야. 카를라크, 나는... 몰랐어. 그게 어떤 일인지. 어떤 마음으로 네가 그런 말을 했던 건지. 내가 나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던 때에도 나는 그저 살아남고 싶었으니까. 구름낀 듯한 기억 속을 되짚으며 내가 행했던 끔찍한 일들이 덩굴처럼 수렁으로 나를 끌어들일 때에도, 나는 살고 싶었어. 내가 누구였는지 모른다면, 내가 앞으로 행하는 일들이 내가 누구인지를 결정해주는 거라 자위하며, 모든 걸 덮어놓고 앞으로 나아가면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툭툭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카를라크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 카를라크는 라샤의 우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의 독백을 가만히 들어주었다.

 

  "그리고 네가 그런 내 길을 밝혀줬어. 너는 빛나는 사람이야, 카를라크. 네 심장을 불태우는 파란 불빛 때문이 아니야. 너는 정말로, 태양 같은 사람이야.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 세상을 사랑하고, 모두에게 그 사랑을 나누기 위해 기꺼이 네 자신을 불태우는. 그래서, 나도 네가 세상을 보는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만 있다면, 내가 과거에 어떤 끔찍한 사람이었을지라도 그 빛으로 나를 밝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어."

 

  아, 하지만 얼마나 순진한 기만이었던가. 그가 그저 '끔찍한' 사람이었을 뿐이라면. 그저 잘못된 길을 들어 악행을 저지르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평범한 악당이었다면, 과거를 후회하고 속죄를 추구하는 삶을 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살인의 군주가 직접 빚은 그의 피조물은. 의심 없이 자신의 선택 받은 소명을 믿고 따르던 그의 과거는. 태어난 순간부터 부정한 그의 존재는.

 

  그저 다른 삶을 살겠다는 결심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짊어진 탓에, 라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바알에게 복속돼버리고 나면 나는 더 이상 네가 아는 라샤가 아니겠지. 네가 사랑하는 이 세상을 지킬 수도 없을 거고. 모르겠어, 너라면 그런 나라도 살아서 함께 있어주길 바랐을지도.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어. 내가 너를 사랑하는만큼, 그렇게는 할 수 없었어."

 

  카를라크가 어떻게 그 마음을 모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단어 뒤에 올 수 있는 수많은 말들. 비장하게 장애물을 극복하겠다는 결심이든,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받아들이는 체념이든. 라샤는 후자를 택한 것이다. 생의 의지를 넘어서서 스스로 믿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죽음을 상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엔 익숙한 카를라크였지만, 라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의 가슴 속에서 문득 치미는 열망이 느껴졌다. 그 순간, 라샤가 쓰러지는 그 순간에는 누구도 그가 다시 살아날 줄 알지 못했다. 만약 그때, 라샤가 본인의 선택을 앞두고 카를라크에게 어떻게 해야겠냐고 물었다면 그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살인의 군주의 도구가 되어 세상을 살육의 바다로 만드는 삶을 살지, 고귀한 영웅으로서 죽을지, 연인인 그에게 선택할 권리가 주어졌다면.

 

  "라샤, 내 사랑."

 

  어느 새 카를라크의 얼굴도 라샤와 똑같이 눈물범벅이 돼 있었다. 타오르는 심장만큼 뜨거운 두 손이 눈물에 젖은 연인의 뺨을 감싸안았다.

 

  "그 자리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네가 정말로 자랑스러워. 그 누구도 그 순간에 그렇게 용기 있는 선택을 쉽게 내리진 못했을 거야. 혹여 네가 다른 길을 선택했다 해도, 그 누구도 널 탓하거나 재단할 수 없었을 거야. 아마 나는 네 선택의 무게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사람이겠지. 하지만 나는..."

 

  고개를 숙인 카를라크의 이마가 라샤와 맞닿았다. 말하는 숨결과 그의 떨림이 고스란히 라샤에게 전해졌다.

 

  "네가 살기를 바랐을 거야. 내가 그 자리에서 널 말릴 수 있었다면 나는 아마 살인의 군주에게 내 심장을 바쳐서라도 널 지켜냈을 거야. 네가 이렇게 살아서 내 곁에 있다는 사실에 정말로 감사하지만, 혹시라도 그렇지 못했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불타버렸을 거야. 분명히. 널 내 눈앞에서 잃는 순간, 세상이 멈추는 것 같았어. 아베르누스의, 아홉 지옥의 겁화를 끌어다 영혼 위로 쏟아 붓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다 잘 풀렸으니 괜찮다고 할 수 없었다. 라샤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결심을 했는지 알고, 그 결과가 어떨 수 있었는지 아는 이상.

 

  "그런데 내가... 네게 똑같은 경험을 하게 하려는 거구나. 다른 누구도 아닌, 사랑하는 너에게."

 

  새삼스러운 깨달음이라 할 수는 없었다. 마음이 깊어갈수록, 사랑이 짙어질수록 괴로움도 커져갔으니까. 차라리 순간적인 육욕이나 외로움을 채우려는 절실함 같은 거였으면 좋았을 텐데. 스스로의 삶만으로도 버거운 주제에 어째서 다른 사람까지 마음에 담고 말았을까. 오래 전 이미 포기했다고 생각한 평범한 삶을 꿈꾸게 돼버린 걸까.

 

  "카를라크, 그건..."

 

  또 다시 지지부진한 언쟁으로 이어질까, 지레 물러서려는 라샤를 카를라크가 제지했다.

 

  "미안, 자기야. 아직 잘 모르겠어. 이 자리에서 널 위해 내 결정을 번복하겠다고 말해줄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렇게 감정에 휩쓸려 대답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생각은 해보려고. 우리에겐 아직 남은 과제가 있고, 늘 그랬듯 어쩌면 엘더브레인과 맞서 싸우는 중에 우리 중 누가 어떻게 될 수도 있고, 그 전에 내 심장이 결국은 견디지 못하고 마음 대로 끝을 내버릴 수도 있는 거지만. 우리는 늘 현재에 충실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일단 지금은 다른 생각은 하지 않을래."

 

  라샤의 눈 안에서 수많은 감정이 몰아쳤다. 어쩌면 이 자리에서 감정에 호소해 카를라크를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흔들리는 마음을 파고들어 억지로라도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도 가능할 테지. 하지만 라샤는 카를라크를 알았다. 여린만큼 고집있는 그의 연인이 이 정도로 말하는 것도 이미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고마워, 카를라크. 그 말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너는 모를 거야."

 

  라샤는 무릎 꿇은 카를라크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와락 품으로 끌어안아 잘게 떨리는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키 차이 때문에 자주 볼 일 없는 카를라크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라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뤄놨던 피로감이 일시에 밀려들었다.

 

  "그만 돌아가자. 우리에겐 아직 구해야 할 세계가 있잖아. 제대로 쉬어놔야지."

  "...응."

 

  코를 훌쩍이며 일어선 카를라크가 라샤에게 손을 내밀었다. 철부지 어린 연인들처럼 나란히 손을 마주 잡고 돌아가는 숲길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는 듯 했다. 내일의 결전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늘 한 고비 넘길 때마다 삶에 감사하는 영웅의 삶 속에서 사랑의 연인의 존재를 등불 삼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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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깜장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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