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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숭고의 시대

 

  다음 날 아침, 감시자 사령관 투랍은 감시자들을 쌍으로 짝지어 하늘을 돌며 가능한 탈출로가 있는지, 안티바 시티가 혹시라도 방어에 나설만한 요충지가 있는지, 어둠의 피조물 군대의 규모는 어떤지 정찰하도록 보냈다. 안티바인들은 이미 가장 좋은 지도와 염소치기 목동이나 사냥꾼들로부터 도시 주변의 숨겨진 길 따위의 정보를 수집해뒀으나, 투랍은 하늘에서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어둠의 피조물의 동향을 살피길 원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건 마지막 발악인 셈이라고 이세야는 이해했다. 운이 좋아봐야 염소들이 다니던 길로 안티바인 백 명 정도 빼돌릴 수 있을 것이고, 그마저도 그들이 대피하는 사이 충분히 어둠의 피조물 무리의 주의를 돌려놓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국왕과 왕비가 빠르게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 정도가 그들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두 손으로 휴블의 허리를 붙든 채 그리폰이 날아오르길 기다리는 사이 점점 많은 생각이 머릿 속을 메워갔다. 검은발톱이 근육을 수축하며 박차오르자 발 아래 대지가 거친 바다처럼 물결쳤고, 그의 두 날개가 주위로 모래폭풍을 일으켰다. 이세야는 반쯤은 먼지를 피하기 위해, 반쯤은 반사적으로 숨을 훅 들이마셨다. 그리폰의 마법 같은 비행에 압도되지 않기란 정말로, 정말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이내 공중을 날고 있었고, 나선을 그리며 왕궁 위로 올라 안뜰이 금박 섞인 자그마한 녹색 타일 정도로 보일 때까지, 성벽을 지키고 선 경비대원들이 꾸물대는 갈색 개미떼처럼 보일 때까지 높이, 더 높이 상승했다. 피난민들의 천막은 성벽 너머로 회갈색 덩어리처럼 보였고, 부두는 청명한 녹색 바다를 따라 하얀 술장식처럼 삐죽이 솟아 있었다.

  전날보다도 배의 숫자가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다들 대피하고 있는 걸까요?" 이세야가 물었다.

  휴블은 고개를 저었고, 검은발톱이 바람의 흐름을 따라 해안 쪽으로 방향을 튼 뒤 대답했다. "국왕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장들 중 기다릴 수 없는 자들도 많았지. 그들은 알현이 끝나고 감시자들이 도시를 지켜주지 않을 거란 소식을 듣자마자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밤 사이 몰래 탈출한 배가 거의 열두 척은 될 거야. 왕궁 경비대가 그 선장들 중 하나를 체포해서 오늘 아침에 목을 매달았지만, 그 정도로 이 물결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목이 매달리는 게 어둠의 피조물에게 죽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아마 없겠지." 휴블이 대답했다. "하지만 시도는 해봐야지." 그는 검은발톱의 오른쪽으로 고삐를 잡아당겨 그리폰에게 오른편 아래로 하강하도록 신호했다. "어둠의 피조물 무리를 좀 더 자세히 봐야겠다. 적어도 그 왕족 분들을 겁먹게 할만한 뭔가라도 찾을 수 있겠지."

  그리폰은 구름 위에 머물며 회색 하늘을 보호막으로 삼은 채 안티바 시티를 둘러싼 산록의 대지를 날아 어둠의 피조물 군대에게 향했다. 그리고 검은발톱은 조심스럽게, 구름뭉치를 헤치고 나아가 정교하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아래로 펼쳐진 어둠의 피조물 군대는 썩어빠진 육체들이 너덜너덜한 깃발 주위에 모여들어 옹이진 카페트처럼 보였다. 놈들은 누더기 같은 갑옷과 형편없는 모양새의 이가 빠진 무기를 걸치고 있었다.

  거리 때문에 이세야는 그 얼굴 하나하나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덩치나 움직임을 통해 어떤 종류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젠록들은 작은 덩치를 웅크리고 네 발 달린 거미 마냥 낮은 자세로 허둥지둥 움직였다. 젠록 무리 옆에는 근육이 불거진 커다란 키의 헐록들이 마치 산맥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똑바로 곧추 선 자세는 사람과도 비슷했지만, 헐록의 코 없는 허여멀건한 얼굴을 인간과 헷갈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죽은 눈과 오염에 얼룩진 피부, 물고기 배마냥 볼록한 뺨 위의 검붉은 피딱지 같은 모습은 이런 생각에 확신을 더했다.

  그들 사이로 탑처럼 비죽 솟아있는 오우거의 모습이 보였다. 오랜 멍자국 같은 피부색의 뿔 달린 야수. 하나하나가 도끼날 만한 크기의 검은색 손톱은 그 못지 않게 위협적이었다. 와이스하웁트에서 이세야가 배운 바에 따르면, 오우거는 비행중인 그리폰을 위협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어둠의 피조물 중 하나였다. 멀리서도 가공할만한 정확도와 뼈를 으깨놓을 수 있는 위력을 가진 바위를 던져대는 그 능력은 공중에 있는 그리폰과 기수에게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다행히도 안티바 시티 바깥을 장악한 무리에는 놈들이 많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세야는 곧 이어 오우거의 수가 적어보인 것이 전체 무리에 비해서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수천의 어둠의 피조물 사이에서 적어도 오십 마리의 오우거를 볼 수 있었고 - 그 말은 전투가 벌어진다면 그들이 그리폰 숫자의 두 배나 되는 오우거를 맞닥뜨릴 것이란 뜻이었다. 헐록과 젠록을 제쳐두더라도 이미 불가능한 숫자싸움이었다.

  그리고 헐록과 젠록을 제쳐두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았다. 그는 최소 몇 마리나 되는 어둠의 피조물들이 있는 건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대재앙은 그에게 일반적인 군대와 비교해서 재볼만한 어떤 단서도 제시하지 않았다. 어둠의 피조물에겐 따라 다니는 대장장이들이나 하인들이 없었으니까. 보급용 수레나 취사용 모닥불, 하다못해 변소조차 없었다. 그런 것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존재들이었으니.

  젊은 엘프는 떨리는 시선을 돌렸다. "우린 싸울 수 없어요."

  "그렇지." 휴블은 검은발톱의 고삐를 살짝 당겼다. 그는 몸을 숙여 그리폰에게 명령을 속삭였고, 그들은 다시 폭풍구름 속으로 날아올랐다. "안티바인들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윗분들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는 봤다고 믿고 싶군."

  그리고 그리폰이 대재앙을 품은 구름 속을 헤치고 날아오르는 순간, 이세야의 마음 속으로 기묘한 음률이 희미하게 흘러들었다. 그것은 결코 실재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마음 속으로 스스로 흥얼거리는 것 같은 느낌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결코 그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선율이 아니기도 했다. 그 가락은 그가 들어본 그 어떤 소리보다도 가장 아름다웠다. 가슴 저리게 하는 천상의 울림이 마치 잃어버린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그리운 느낌의 환희로 그를 끌어당겼고 - 그 느낌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무엇이든.

  검은발톱의 삐익 하는 새된 소리가 이세야를 최면 상태에서 벗어나게 했다. 난폭하게 머리를 휘젓는 그리폰의 움직임에 마찬가지로 넋이 나간 휴블은 고삐를 놓칠 뻔 했다. 선임 감시자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른 채 고삐를 팽팽히 당기고 있었다. 이세야는 비록 그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뻣뻣하게 안장에 앉은 자세로 미루어 그가 자신과 같은 음악을 듣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스로의 대담함에 약간 주저하면서, 그는 눈앞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갈겼다.

  휴블은 욕설과 함께 안장에서 펄쩍 뛰며 깨어났다. 곧바로 고삐를 느슨하게 푼 그는 검은발톱이 긴장을 풀도록 내버려뒀고, 폭풍구름 사이로 다시 상승하는 사이 미안해하는 얼굴로 이세야를 향해 반쯤 몸을 돌렸다. "고맙네."

  "방금 그건 뭐였죠?" 동요한 채로 엘프가 물었다.

  휴블은 구름이 그들과 어둠의 피조물 무리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을 때까지 대답하지 않았다. 이윽고 입을 연 그의 목소리는 긴장으로 팽팽해져 있었다. "악마의 군주."

  이세야는 안장 뒤로 몸을 기대며 고정띠가 자신을 자리에 단단히 붙들어 매주는데 감사했다.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신음소리 같은 작은 탄식은 금세 바람에 휩쓸려 갔다. 다리도 척추도 젤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재앙이니 당연히 악마의 군주가 함께 할 테지. 악마의 군주가 대재앙을 일으키는 것이므로. 하지만 그럼에도 실제 저 어둠의 피조물 무리 어딘가에 그 타락한 고대신이 실제로 자리하고 있고,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게 이 하늘과 검은발톱의 날개 뿐이라는 사실은 그를 두렵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조만간 악마의 군주가 이 아름답고 불운한 항구도시에 가져올 헤아릴 수 없는 파괴가 아닌,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안티바 시티로 돌아오는 동안 이세야는 검은발톱의 등 뒤에 조용히 앉아 어둠의 피조물의 끔찍함과 그 달콤한 노래의 부조화에 대해 곱씹고 있었다.

  "오염 때문이다." 감시자 사령관 투랍은 막사에서 왕궁 하인들이 저녁을 날라오는 걸 기다리며 앉아있는 사이 그렇게 설명했다. 이세야는 간신히 이 압도적인 인상의 드워프에게 말을 걸 용기를 짜낼 수 있었고, 생각보다 그가 말이 통하는 상대라는 걸 깨달았다. 뻣뻣한 붉은 수염과 흠집 투성이의 회색 플레이트 메일 아래, 감시자 사령관은 부하들을 신경쓰는 다정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노병이든 갓 들어온 신입이든 모두에게 들릴만큼 크게 울렸고, 아무래도 후자를 향한 것임은 분명했다. "오염은 우리가 어둠의 피조물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타락이 옮는 걸 막아주지만, 그들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도 하지. 악마의 군주의 부름은 그들을 향한 것이다. 언젠가 너희가 듣게 될 콜링과도 같은 노래일 거고, 오염이 너희의 육체를 깊이 파고들 수록 더 강해질 테지. 만약 너무 오래 버티려 들다간 결국 거부할 수 없게 되고 말 것이다. 너희의 의무는 아직 선택할 수 있을 때 콜링에 응답하는 것이고."

  "우리가 악마의 군주의 노래를 들을수록 더 빨라지기도 합니까?" 이세야가 물었다.

  투랍이 어깨를 으쓱하자 강철과 실버라이트가 철그렁거렸다. "그럴 수도. 사람마다 오는 속도가 다르니까."

  "뭐, 참 기대되는 일이긴 하군요." 개러헬은 응원이라도 하는 양 자신의 허벅지를 두 손으로 팡 내리쳤다. "그리고 오, 드디어 저녁이 나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식욕이 막 땡기는 걸요."

  이세야는 동생의 농담에 웃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하인이 끌고 온 수레에서 나무그릇 하나를 집어 빵과 스튜를 채웠다. 음식은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꿀 케이크이든 발효된 돼지 똥이든, 그에겐 별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회색 감시자로 선택받았을 때 무척 자랑스러웠다. 감시자들이 최고만을 뽑는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가장 예리한 궁수, 가장 능숙한 마법사, 가장 뛰어난 전술가. 그에겐 노예나 다름없는 인간 도시에서의 엘프의 삶을 벗어나 도약하고, 동생과 함께 동등한 전장에서 자신의 기개를 펼칠 좋은 기회인 셈이었다.

  물론 그도 콜링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회색 감시자에 대해 아는 이들은 감시자 입단식에서 받아들인 어둠의 피조물의 타락이 언젠가 그들을 광기와 죽음으로 이끌고 만다는 걸 알고 있었다. 30년 정도, 혹은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다지만 궁극적으로는 살아남는다 해도 모두에게 닥쳐올 운명이었다. 그 때가 오면 그들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선택지는 지하대로로 향해서 마지막까지 어둠의 피조물을 하나라도 더 많이 죽이는 자살 임무 뿐이었다. 그것이 콜링 - 그 전에 죽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그들을 기다리는 운명이었고 - 감시자들을 그림자처럼 두르고 있는 암울한 예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겐 항상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었다. 낭만적이고, 비극적이며, 이야기 속 영웅들에게 닥치는 결말 같은. 이세야는 그것이 자신의 삶의 불꽃을 꺼트릴 무언가라고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 군대와 악마의 군주의 노랫소리는 그 안온함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는 맛을 느끼지 못하며 먹고, 생각 없이 마신 뒤, 본인이 뭘 하고 있다는 자각도 없이 빈 그릇을 하인의 손수레 위에 내려놓았다.

  식사 후, 감시자 사령관 투랍은 휴블을 비롯한 몇명의 상급 감시자와 함께 국왕 내외와의 두 번째 알현을 위해 사라졌다. 나머지는 카드놀이나 주사위놀이 따위로 시간을 보냈고, 천박한 농담이나 안티바 시티에 오기까지의 허무맹랑하게 과장된 무용담을 주고 받았다.

  이세야는 무리에 끼지 않았고 귀 기울이지도 않았지만, 개러헬이 떠들썩하게 허풍을 늘어놓으며 청중들의 요란한 웃음을 자아내는 건 들을 수 있었다. 동생은 동료들의 불쾌한 기분을 돌리고 본인의 주의 역시 돌리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에겐 없는 능력이었다. 그는 그저 앉아서 감시자 사령관이 일행과 함께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들의 음울한 표정은 일이 잘 안 풀렸음을 알려주었다.

  "왕비는 여전히 싸우길 원한다." 투랍은 거친 저음으로 그들에게 결과를 전했다. "그리고 그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보니 안티바 시티엔 달리 선택지가 남아있지 않다. 사실상 몸이 성한 선장들은 전부 안전한 해안을 찾아 떠나갔고, 몸이 성하지 않은 이들은 이미 동료들에게 버림받은 상태이지. 그들이 어제 움직이기만 했더라도, 국왕과 왕비는 질서있게 대피하도록 행동할 수 있었겠지만...이제 눈 앞의 상황은, 왕궁의 식솔들조차 실어나를 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감시자들은 이 소식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그때 개러헬이 그의 곱슬거리는 금발머리를 쓸어올리고는 누가 봐도 명백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투랍은 우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의 붉은 수염을 땋아둔 황동고리가 서로 부딪히며 짤랑였다. 우리에겐 세 척의 배와 충직한 선장 몇 명이 남아있다. 우리는 그걸 이용해 가능한 한 많은 병력을 대피시킬 것이다. 마법사, 궁수, 템플러 - 대재앙에 맞서 싸울만한 능력과 힘을 가진 이라면 누구라도."

  "그리고 정치적인 연줄을 가진 사람들도요." 흉터가 있는 여성 감시자 하나가 비꼬듯이 말했다. 등 뒤에 매인 검은색 지팡이로 미루어 마법사인 것 같았지만 이세야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렇지." 투랍이 끄덕였다. 몇몇 감시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그는 갑옷 두른 손을 들어올렸다. "그들 역시 병력에 포함된다. 그들 중엔 우리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군대를 가진 이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보급원이 될 영토를 가지고 있고. 우리에겐 식량과 말, 무기, 물자가 필요할 것이다. 상인들과 귀족들은 그것들을 제공해줄 거고. 그걸로 가치는 충분하다."

  "그리고 가난하고 아무 것도 줄 수 없는 이들은 어둠의 피조물 앞에 남겨지겠죠." 여성 감시자는 코웃음을 쳤다. "이래선 우리가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투랍은 어깨를 으쓱 해보이곤 터덜터덜 걸어가 중단된 카드놀이의 흔적 속에서 에일 잔 하나를 집어들었다. "여전히 어둠의 피조물보단 나아보이겠지. 창조주의 자비여, 덴디, 이건 대재앙이네. 나라고 이 결정을 좋아할 것 같나? 저 멍청한 왕족들이 하루 더 빈둥거린 덕분에 우리가 지킬 수 있었을 수백의 사람들이 죽게 생겼어. 심지어 최악은 그게 아니네. 우리는 그 왕족들을 직접 데리고 갈 거야. 나머지 대피인원은 배로 가겠지만, 국왕 엘라우디오와 왕비, 그리고 몇 명의 선택받은 보좌관들은 그리폰을 타고 안티바 시티를 탈출하게 될 걸세."

  흉터 투성이의 마법사, 덴디가 뒤로 주춤 물러서자 지팡이가 벽에 부딪혀 소리를 냈다. "누가 데려가는 겁니까?"

  "자네와 휴블이네, 사실. 검은발톱과 스크리악스는 우리 그리폰 중 가장 강하고 빠른 녀석들이니까. 공중에서 생길 수 있는 어떤 위험에서도 벗어날 가능성이 제일 높겠지. 오스티버, 페나달, 그리고 다른 마법사들은 배로 갈 걸세. 그들의 재능은 수상전이 벌어질 때 더 유용할 테니. 그리고 나는 그들과 함께 가서 선장과 그 승객들이 이 거래의 명예를 확실히 지키도록 하겠다. 나머지는 남은 그리폰을 타도록 해라. 전원이 한 명씩 데리고 탄다 - 단 한 명만."

  투랍은 그들 모두에게 시선을 돌렸고, 덥수룩한 붉은 눈썹 아래 그 눈빛은 엄격했다. "무리하게 많은 사람들을 태우려다 그리폰의 기동성과 인내심을 무너뜨리는 일은 없도록 해야한다. 너희의 첫 번째 사명은 왕족들을 무사히 데리고 나가는 것이다. 알겠나?"

  이세야는 다른 이들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말하는 건 너무 생각없는 일이었다.

  "좋다." 투랍은 에일을 마저 들이켰다. "이제 너희를 그리폰들에게 데려가겠다. 빠르게 맞는 녀석을 찾도록. 아침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두 시간 안에 전부 떠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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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여성형 대명사 she를 '그녀'로 번역한 부분을 전부 '그'로 수정하였습니다. 오역 / 오타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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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깜장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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