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9:41 용의 시대

 

  "그리폰들은 어떻게 된 거죠?" 발리야가 물었다.

  회색 감시자 행정관이 그 질문에 대답하는 데엔 잠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엄밀히 따지자면 늙은이는 아니었지만, 쉽게 그렇게 보일만한 인상이었다. 점잖은 태도도 그랬고, 반쯤 벗겨진 머리로 종종 생각에 잠긴 듯 꿈꾸는 표정을 짓기 때문이기도 했다. 캐로넬은 간혹 방문객들이 행정관을 평온화된 자로 착각하기도 한다고 했는데 발리야는 그가 진심으로 한 말이든 어쨌든 간에 정말 그랬을 법도 하다고 생각했다. 회색 감시자 행정관은 분명 그들의 몽롱한 태도를 닮아 있었다.

  그가 눈을 꿈뻑이며 돌어봤다. "그리폰?"

  "네 번째 대재앙 이후에 말이에요. 그들은 전부 사라졌잖아요."

  "그랬지." 행정관이 서가를 따라 걷자 그림자와 어슴프레한 회색빛이 그의 위를 번갈아 스쳤다. 발리야는 느린 걸음으로 그를 따라 걸으며 행정관 앞으로 도착한 편지를 담은 가방을 고쳐멨다. 대부분의 서신은 수석 감시자에게 온 것이었지만 적어도 요 몇 년간 와이스하웁트로 오는 일반적인 서신을 관리하는 건 행정관의 일이었다. 수석 감시자의 관심은 좀 더 중요한 일에 쏠려 있었으니.

  신병들은 매일 번갈아가며 행정관을 보조하는 업무를 맡았다. 원래대로라면 막 입단식을 거친 신입 회색 감시자에게 주어질 일이었으나, 호스버그 마법사들 역시 그 임무를 할당받았다.

  발리야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조용한 곳에서 가볍게 일하는 하루를 보장하는 업무이기도 했고, 머릿 속을 혼란스럽게 하는 온갖 질문들을 쏟아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행정관의 온화한 성품 덕에 그들의 계급차는 방해물이 되지 않았다. 그는 거의 대등한 기분으로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건데요?"

  "모두 죽었지."

  "하지만 어떻게요?"

  행정관은 회색빛 눈썹을 치켜올렸다. 유달리 길게 자란 눈썹이 속눈썹에 닿을 듯 늘어져 있었다. "자네들 모두 네 번째 대재앙에 대해 공부하고 있을 텐데."

  발리야는 그의 말이 질문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다지 질문처럼 들리진 않았고, 회색 감시자 행정관이 지난 한 달간 그가 바로 자신의 작업을 돕기 위해 도서관을 들쑤시고 다닌 걸 모를 리도 없을 테지만, 그저 사실을 지적하려 그렇게 말한 것 같진 않았다. "네, 물론이죠."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 회색 갈기 같은 숱없는 머리가 로브 어깨자락을 쓸었다. "그러니 전장에서 우리에게 그만한 영광을 선사했던 그 짐승들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기도 하겠지. 어째서 그들로 인해 이룰 수 있던 마법 같은 기적이 우리에게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건지."

  "예."

  행정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에 잠긴 듯한 미소로 그의 얼굴이 주름졌다. "모두들 그걸 궁금해하지. 나도 그랬고. 하지만 그리폰들은 사라졌단다, 얘야. 그들은 대재앙 속에서 죽고 말았어. 너무 많은 수를 전투에서 잃는 바람에 더 이상 개체수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단다. 점차 약해져갔고. 결국 알 속에서 부화하지 못하는 새끼들이 많아지는 바람에, 그렇게 끝나고 만 거지. 어마어마한 희생이었어. 어마어마한 비탄과."

  어마어마한 거짓말이기도 하고, 발리야는 생각했다.

  물론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진 않았다. 그에겐 회색 감시자 행정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없었다. 특별히 그런 느낌이 묻어나지도 않았고, 대재앙의 끝무렵에 그리폰이 멸종한 건 엄연히 사실이기도 했으니. 한 해 한 해 전쟁이 이어질수록 그리폰들이 번식하고 둥지를 튼다고 알려진 안더펠스의 대지 또한 황폐해져 갔을 것이다. 그들은 정말로 대재앙 중에 모두 죽어버렸을지도.

  하지만 그는 마음 깊은 곳에서 비집고 나오는 한 줄기 의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행정관은 그의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는 다시 한숨을 내쉰 뒤 사무실로 향하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 안은 질서라곤 찾아볼 수 없는 종이뭉치가 산을 이루고 있었고, 그나마도 대부분은 두터운 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아마도 방문객을 위한 보조 의자 같은 게 놓여 있던 것 같지만 그 또한 책상보다 높이 쌓인 종이뭉치에 파묻혀 있었다. 그저 나무로 조각한 등받이만이 종이더미 사이로 빼꼼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행정관은 느릿하게 움직여 서재 안에 유일한 사무용 의자에 끙 하는 신음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오래된 가죽의자는 옆면이 튿어져 있었고, 바닥과 등받이 부분은 나이 든 감시자의 자세에 맞춰 움푹 패여 있었다. 행정관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발리야에게 손짓했다. "오늘은 어떤 편지가 도착했누?"

  "아..." 발리야는 허둥대며 가방을 내려놓고 두루마리와 봉투들을 뒤적였다. "이건 비질 요새에서 온 겁니다. 하나는 데너림에서 왔는데 죄송하지만 이게 백작의 인장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자마랑, 스탁헤이븐에서도..."

  "남쪽에서 온 건? 올레이라든가?"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그는 남은 뭉치에서 인장과 봉인을 확인했다. "겉으로 보기엔 없어 보이네요, 적어도 제가 알아볼만한 건요. 혹시 제가 놓친 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음." 행정관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감은 눈으로 의자에 몸을 깊이 묻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냐, 아냐, 자네가 맞을 거야. 그냥 이 주책맞은 늙은이가 왜 감시자 사령관 클라렐이 요새는 연락을 안 하나 궁금해하던 참이라 그래...그냥 당장 필요한 게 없어서일 텐데 말이야. 사람들이란 필요한 게 있을 때나 연락을 하지 잘 지낼 때는 감감무소식인 법이거든. 혹은 뭔가 꿍꿍이가 있을 때도 그렇겠지만. 어느 쪽이든, 대수로울 건 없지. 비질 요새에선 뭐라고 하누?"

  발리야는 밀랍 인장을 손톱으로 벗겨낸 뒤 접혀있던 봉투를 펼쳤다. 그는 처음 몇 줄을 눈으로 흝은 뒤 고개를 저으며 멋쩍은 미소를 던졌다. 행정관의 말이 맞았다. "새 감시자 사령관께서 최근에 있던...어, 악령에 씌인 나무와의 전투에 대한 보충을 위해 리륨과 무기, 갑옷 몇 구를 공손하게 요청해왔습니다. 불에 탔다고 하는군요. 자세한 내역은 여기 적혀있습니다."

  "그러셨겠지." 행정관은 코웃음쳤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그리고 데너림의 수상쩍은 백작에게서 온 편지는?"

  그 또한 원조 요청의 내용이었다. 백작부인이 술병을 가지러 저장고에 내려갔다가 젠록 한 마리를 본 것 같다고 주장했고, 백작은 분명 그의 와인저장고에서 이어진 지하대로에서 침입했을 어둠의 피조물을 해치우기 위해 회색 감시자 한 무리를 보내달라고 요청해왔다. 목격 당시 백작이나 백작부인이 얼마나 취해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나머지 편지들은 그보단 덜 사소했지만 어쨌든 내용만큼은 이것저것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마법사와 템플러 양쪽 진영 모두 자신들 편에서 싸워달라 요청해왔고, 템플러도 마법사도 모두 피난처를 찾고 있었다. 안더펠스 쪽 정찰요원들은 어둠의 피조물을 목격했다는 소식과 그들의 활동이 특정한 양상을 띠는 것 같다는 보고를 전해왔다. 드워프들도 지하대로의 어둠의 피조물 활동에 대해 비슷한 소식을 전해왔고, 그와 함께 최근에 콜링에 응하러 향했던 감시자들의 도착과 출발, 죽음에 - 추정이든 확인된 것이든 - 대한 소식을 보내왔다.

  발리야가 오자마로부터 온 이름들을 전부 읽었을 때에야 행정관은 앉은 자세를 바로 하고 감았던 눈을 떴다. "됐네." 그는 서재를 나가도 된다는 뜻으로 손짓했다. "충분해. 가보게나. 다른 할 일도 있지 않나. 나머지 편지는 두고 가게."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한 뒤, 젊은 엘프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다른 호스버그 마법사들과 함께 조사에 합류하기 위해 개러헬의 기록이 모아진 작은 방으로 향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졌는지 동료들은 이미 점심을 먹으러 간 후였다. 도서관에 남아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곤 그 여자 템플러, 레이마스 뿐이었고 그는 책상 위에 덮여진 책 하나를 올려둔 채 홀로 앉아있었다.

  발리야는 그 여자가 덮힌 책을 보며 뭘 하고 있든 간에 기꺼이 내버려두고 떠나고 싶었지만, 레이마스가 조용한 도서관 안을 가로질러 그를 불렀다. "거기. 발리야였죠."

  엘프는 얼음장처럼 굳어졌다. 어쩔 수가 없었다. 호스버스 마탑에서 수 년간 생활한 덕에 그 반사작용은 이미 각인돼 있는 거나 다름 없었다. 의식적익 노력으로 긴장을 풀고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지워낸 그는 겨우 그 중년 여성을 향해 돌아섰다. "네?"

  "이 쪽에 잠시 앉았다 가지 않겠습니까?"

  발리야는 다시 굳어졌다. 굳이 그 말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니라고, 그는 속으로 되뇌었다. 여긴 마탑이 아니다. 템플러는 와이스하웁트에서 어떤 권위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오랜 습관 같은 공포는 어쩔 수 없었다. "왜죠?"

  "얘기 좀 하자고요. 정말 얘기만요." 사색으로 그늘진 주름이 습관처럼 배어있는 여자의 길고 야윈 얼굴 위로, 어색한 느낌의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어딘지 어색한 와중에도 진솔하게 느껴지는 요청에, 발리야는 머뭇거리며 책상 맞은 편 의자로 다가갔다. 바로 맞은 편 자리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더 거리를 두고 싶었으니. 맞은 편 하나 옆 자리 의자에 발리야는 골라 앉았다. "뭐에 대해서요?"

  "당신은 우리를 믿지 않는군요." 레이마스는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리며 읽지 않은 책의 표지를 덮었다. 커다란 손은 굵은 손가락과 굳은살 박힌 손바닥 덕에 남자 손처럼 보였다. 손등 위의 오래된 흉터가 군데군데 하얀색, 보라색 선을 이루며 그물 같은 모양을 그렸다. 군인의 손이었다. 템플러의 손. "당신네 마법사들 중 우리를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없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지만...당신은 그 중에서도 특별히 우리를 경계하는 것 같군요."

  "그래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요?"

  "그렇습니다. 우리를 경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레이마스의 눈빛 너머로, 오랫동안 묵혀둔 낡은 상처 같은 게 흔들렸다. "우리는 이곳에 당신들을 잡으러 온 게 아닙니다. 템플러들이 전부 마법사들을 짓밟는 걸 즐기기 위해 그 길을 택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이유가 있는데요?" 발리야는 짜증을 감추지 않지 않고 맞받아쳤다. 일부러 소리나게 의자를 밀쳐내며 일어나자 돌바닥 긁히는 소리가 도서관 안을 울렸다.

  "온 종일 탑 안에서 두렴과 좌절감에 빠진 마법사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기로 결심할만한 더 나은 이유가 있긴 한가요?"

  "있기도 하죠. 저는 그랬으니까요." 템플러는 올이 가는 흑갈색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시선을 내려 자신이 읽고 있지 않던 책 위로 떨구었다. 발리야는 그게 기도서라는 걸 깨달았다. 설교와 창조주께 바치는 찬송집. 책등의 뻣뻣함으로 미루어 볼 때 그 책을 읽은 사람은 얼마 없는 것 같았다. "제가 기사단에 들어간 건 당신들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것 참 고결한 마음씨로군요. 왜인지도 여쭤봐드릴까요?"

  "그러고 싶으시다면요. 저희 아버지는 마법사였습니다. 그리 대단한 능력은 없던 것 같지만요. 그분은 수련 같은 건 하지 않았고, 자신의 능력을 숨기는데 최선을 다하며 사셨습니다. 자식들 중 누구에게도 그 능력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죠. 과연 어머니께는 말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아마 어머니는 아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집 주변에선 종종 이상한 일이 일어나곤 했으니까요. 닭이 품고 있던 달걀들이 밤 사이 얼어붙은 일이 있었죠. 횃불이 푸른색, 혹은 녹색으로 불타오르기도 했고, 이따금 그 불꽃 안에서 작은 얼굴이 보이거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어요.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바깥 사람들에게 해선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중 누구든 혹시 아는 이가 있었다면 - 물론 몇 명은 분명 알고 있었겠지만 - 그들 역시 우리의 비밀을 지켜줬습니다."

  "그리고는요?" 발리야가 느끼던 짜증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대신 묵직한 예감이 그 자리를 메꿨다. 그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었고, 동시에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기도 했다. 마탑의 모든 마법사들은 언제나 훈련받지 않은 마법사들이 어떤 식으로 악마에게 홀려 타락의 괴물이 되는지 경고하는 비슷한 이야기를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 레이마스의 아버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 비극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굳이 달가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결국 말을 해버렸고, 템플러들이 찾아왔습니다." 레이마스가 말했다. "누가 그랬는지, 어떻게 알게된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리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고요. 제 아버지는 그리 강인한 분이 못 되었습니다. 용기란 걸 가져본 적이 없는 분이었죠. 템플러들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주머니 가득 돌멩이를 채워넣고 호수로 걸어들어갔습니다." 그는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엄지손가락끼리 단단히 얽혀있었고, 손가락 마디가 억누른 감정 덕에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윽고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두 손을 펴서 책표지 위에 내려놓은 뒤, 손가락 사이에 놓인 제목을 내려다 봤다. "저는 화가 나 있었습니다. 한동안은요. 저는 템플러들을 증오했습니다. 그들이 차갑고 오만한 태도로 제 어머니를 심문한 일이나, 저와 형제들이 무슨 전염병 보균자라도 되는 양 마법 능력이 있는지 캐물어댄 일에 증오심을 느꼈죠. 수 년 간 저는 그 분노과 증오를 품고 살았습니다. 마주치는 누구에게든 싸움을 걸어대며, 화풀이 할 곳을 찾아가며 살아갔습니다. 언제부터 그게 달라졌는지, 왜였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하지만 어느 날, 저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다른 사람들이 저희 아버지 같은 결말을 맞이하지 않도록 하는 거라는 걸 깨달았고, 그러려면 그 안에서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게 진실되게 성직자의 길을 걸을 만한 신앙심은 없었습니다. 창조주에 대해선 털끝만치도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마법사들을 지킬 수 있는 건 템플러 뿐이었습니다. 그들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하는 건- 제대로 임무에 충실하기만 한다면요. 그리고 저는 그럴 생각이었고요."

  "그래서 떠나온 건가요?" 발리야는 나직하게 질문했다.

  "그래서 떠나온 겁니다." 레이마스는 마침내 그와 눈을 마주했다. 나이 든 여인의 유리 같은 두 눈이 반짝였다. 눈물 때문일 수도, 아닐 수도 있었다. 발리야는 알 수 없었다. 도서관의 희미한 회색빛으로는 구분할 수 없었으니. "기사단이 그들의 본질에서 벗어났으니까요."

  "제게 이런 말을 해주는 이유가 뭐죠? 뭘 원하는 겁니까? 당신네 기사단에 대한 용서? 아니면 아버지 일에 대한?"

  레이마스는 짧게 웃어보였다. 그는 소매로 눈가를 훔쳐 거기 있었을지 모를 뭔가를 닦아냈고, 어느 새 다시 평소의 감성적이고 사색적인 태도로 돌아가 있었다. "만약 그래도 된다고 허락 해주신다면 굳이 거절하진 않겠지만, 그런 이유로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

  "그럼 뭐죠?"

  "템플러 기사단은 자신의 길에서 너무 멀리 벗어났습니다. 분명 다시 바른 자리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고 있지만...지금은 아닐 거고, 제가 그렇게 만들 수도 없겠죠." 레이마스는 설교집을 옆으로 밀어 두 사람 사이를 비워냈다. "하지만 회색 감시자는 여전히 시대를 아우르는 영웅입니다. 우리는 둘 다 이곳에 와버렸고, 이들과 합류하길 원하고 있죠. 제가 당신에게 이야기 나누자고 한 건 당신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당신이 화내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건 저 밖의 무너져가는 세상으로부터 피난처가 필요해서입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사명을 찾고 있고, 믿을 수 있는 동지를 찾고 있죠. 제가 말하고 싶던 건 그 뿐입니다."

  "그래요." 발리야는 그렇게 대답하며 일어섰다. 그는 앉았던 의자를 다시 책상 안으로 밀어넣었다. "충분히 말하신 것 같군요."

  "잘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레이마스가 물었다.

  발리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 템플러를 읽힌 적 없는 기도문과 함께 남겨둔 채, 개러헬의 기록이 모여있는 방으로 돌아갔고, 읽고 있던 일기장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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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여성형 대명사 she를 '그녀'로 번역한 부분을 전부 '그'로 수정하였습니다. 오역 / 오타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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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깜장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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